Published by Hisun on 14 Mar 2010
On the Emirates Air plane
16시간 짜리 비행에서 중간좌석을 받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이런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 나는 그동안 무던히도 노력하였다. 그러나 유나이티드-에미레이트-에미레이트-에미레이트-알라스칸으로 이어지는 복수항공사의 비행편 메들리였기 때문에 공항에 가기 전까지는 좌석을 배정 받을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에 그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전화를 걸어봤던 거 같다. 출발하는 토요일 아침에도 새벽같이 공항에 나갔으나, 에미레이트 세그먼트는 샌프란시스코에서나 시작하는 거였기 때문에 거기 도착할때까지는 좌석 배정도 안된다는 게 아닌가. 예상하던 바였지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보니 물론 그동안 Aisle 좌석은 사람들이 다 채가고 없다. 젠장.
와중에 자리에 앉고 보니, 옆자리에 앉은 인상별로 좋지 않은 아가씨는 인도인 특유의 몸냄새가 강하시다. 괴로워라.
벌써 영화를 [Up in the Air]이랑 [UP] 보고 지금은 [Julie & Julia]를 반쯤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4111km을 날아왔다고 한다. 요새 타는 비행기마다 개인 LCD에 원하는 영화를 맘껏 고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좋다. 에미레이트 항공 좌석에는 전기 콘센트도 있고 (16시간 랩탑 쓸때 필수적) 연결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더넷 잭도 있고 USB 슬랏도 있네. 나중에 돌아올때는 호텔에서 이더넷 케이블을 훔쳐서 타든가 해야지. 두 줄 앞 좌석에 한 5시간째 계속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는 애기들이 넷이나 있는데, 라이언에게서 빌려온 노이즈 캔슬링 보스 헤드셋 덕에 평소보다 훨씬 조용한채 가고 있다. 너무 어린 애기들을 데리고 16시간짜리 비행기를 타는 건 아기한테도 엄마한테도 주변 승객들한테도 다 민폐다.
쥴리아 차일드 역의 메릴 스트립 아줌마 정말 커다라시다. 악센트 너무 거슬려요 아줌마. 흑흑. 쥴리아 언니역으로 나오는 사람은 GLEE에서 악독한 치어리딩팀 코치로 나오는 그분이신가? 아깐 [UP] 보다가 할머니의 추억부분에서 눈물이 나서 중간좌석에서 눈물 콧물 짜내면서 옆사람들 눈치보며 닦느라고 힘들었다.
(도착 1시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두바이까지는 북미 대륙을 북동쪽으로 가로질러 그린랜드 위를 날아 러시아를 지나고 이란을 넘어서 가게 되는구나. 조금전에 이스파한 위를 날아서 지났다.
그동안 잠을 좀 잤고, [Fabulous Mr. Fox]를 다봤고, 지금은 [Law Abiding Citizen]을 보고 있다. 패뷸러스 미스터 팍스는 딱 내 취향이다. 몰랐던 거 아니지만 웨스 앤더슨 정말 딱 내 취향. 집에는 몇주째 못보고 있는 웨스 앤더스의 초기작 [보틀 로켓]도 있다. 이번 패뷸러스 미스터 팍스에도 빌 머레이가 참여했고 윌슨 형제중 하나도 있었던 거 같다.
타고 있는 에미레이트 항공기에 한국인 승무원 아가씨가 한분 있는데, 한국인인지 물어보시고 왔다갔다 챙겨주시더니, 도착하면 두바이에서 어디 놀러가면 좋은지도 적어주시겠다고 한다.
매크로이코노믹스랑 파이낸스 파이널을 비행기에서 다해야지 했는데, 아무래도 할 맘이 안난다. ㅠ_ㅠ 영화 보고 잡지 읽는 것 이외에 비행기에서 뭔가 하는 건 무리구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그냥 Advil PM을 먹고 곯아떨어져야겠다.
참, 16시간 반이라고 어지간히 겁먹었었는데, 정작 날아온 시간은 15시간 정도 인거 같고, 그동안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반다스나 싸들고온 잡지도 안 읽었고, 학교 숙제를 한 것도 아니고, 영화만 보고 잠만 좀 잤을 뿐인데 이제 곧 도착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