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November, 2008

Published by Hisun on 29 Nov 2008

열공 이틀째

토요일인 오늘도 계획한 대로 도서관에 갔다. 아침에 두시간 이코노믹스 노트 리뷰를 하고, 집에 와서 아침에 해놓은 북어국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도로 오후엔 도서관에 앉아서 이코노믹스 모의 시험을 두개분 쳐봤다. 1시간 40분씩 시간 재서 쳐봤는데, 이코노믹스 문제들은 도대체 어떤 모델을 적용해야할지 몰라서 곤란하다. 2시부터 3시40분까지 하나 치고, 도서관에서 나와서 동네 초콜렛 가게에 가서 초콜렛 케익과 함께 애프터눈 티를 즐겨준 다음, 도로 도서관에 돌아와서 4시 20분에서 5시 40분까지 또 하나 더 쳐봤다 (겹치는 문제가 있어서 두번째 시험은 1시간 40분에서 20분 뺐다). 그러고 났더니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바람에, 오늘 저녁은 좀 쉬어야 할 듯 싶다.

곰돌이랑 오스트레일리아 보러 가려고 했는데, 집에서 노는 것에 관성이 붙은 곰돌이 배를 째는 바람에 저녁 해 먹고 그냥 집에서 쉴 거 같다. 대신 곰돌님이 스파게티 저녁 하시는데 난 블로그질 중. 나중에 곰돌 재워놓고 이코노믹스를 좀 더 들여다 보던지 해야지.

그래도 주말에 시험공부를 좀 달린 덕분에 공부해야할 분량을 많이 줄였다. 내일은 공부한 거 들고 팀미팅 가는 날인데, 저녁 4시에 팀미팅이라 오전부터 또 좀 달려야 한다. 무슨 할리데이 주말이 이래…. ㅠ_ㅠ;;;;;

Published by Hisun on 29 Nov 2008

열공의 하루

다음주말에 어카운팅 테이크홈 파이널이 있고, 그 다음주 화요일은 바로 마이크로이코노믹스 파이널이라서 Thanksgiving 주말에 제대로 쉬기는 커녕 열심히 달리고 있다.

수요일은 워밍업으로 이코노믹스 책이나 좀 읽어주고, 목요일은 친구 젤리나네 집 추수감사절 만찬에 갔다가 너무 배불러서 일찍 자버리고 말았는데, 대신 오늘 금요일은 아주 꽉꽉 채워서 공부를 했네.

아침에 일어나서 이코노믹스 챕터를 좀 읽다가 곰돌에게 아침 얻어먹고 집에서 네 블럭 떨어져 있는 도서관에 간 것이 아침 10시. 전부터 눈여겨 봐 두었던 gay & lesbian section의 커다란 창가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다. 폭 들어가 있는 데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나 소음으로부터 차단되는데다, 아주 도서관스러운 스탠드도 있어서 분위기 좋았다. 오후 1시반에 마사지 예약이 있어서 그거 갈 때까지 3시간 동안 어카운팅 복습을 한 챕터 남기고 다 했다. 요새 공부한답시고 커피샵에 자주 가서 커피값 지출이 많아지는 것을 가계부 쓰다가 발견하는 바람에 대신 공짜인 도서관에 가기로 한 것인데, 의외로 커피샵보다 훨씬 더 집중하기 좋았다.

성실한 학부형인 곰돌님이 점심도 싸다주시고 마사지 클리닉에도 태워다 주셔서 그거 갔다온 다음 도로 도서관에 자리잡고 앉은 것이 오후 3시반. 그때부터 두시간 동안 또 앉아서 어카운팅 남은 챕터 복습 끝내고, 그동안 했던 숙제들 훑고, 그리고도 이코노믹스 책도 챕터 반 남은 거 다 읽었다.

도서관 문 닫기 조금 전에 나와서 집에 와서 곰돌이랑 밥해먹고 잠시 쉬다가, 또 곰돌은 집에 버려두고 스타벅스에 앉아서 3시간에 걸쳐서 어카운팅 모의 시험문제를 풀었다. 다해가는데, 옆의 한국 학생무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집으로 피신와서 마무리했다. 시험문제 해답을 보면서 일단 맞은 것과 틀린 것들을 가리고… 해답을 보면서 공부하는 것은 내일로 미뤘다. 머리가 좀 맑을 때 도로 봐야지. 오늘, 왔다갔다한 시간이나 자투리 읽기 시간 따위를 빼고서 정식으로 앉아서 공부한 시간만 쳐도 3+2+3 = 8시간이구나. 다른 말로 하면 아무리 하루 내내 용을 쓰고 공부를 한다고 해도 8시간이 맥시멈이라는 거.

내일도 도로 도서관에 갈 생각이다. 아침 10시에 열어서 오후 6시까지 한다니 내일도 수험생의 하루. 집에 와서 점심과 저녁을 먹고. 오늘 어카운팅 모의시험을 끝내놔서, 내일은 아침에 도서관 가기 전에 어카운팅 시험 문제 리뷰 하고, 도서관에서는 이코노믹스 노트 리뷰에 마지막 챕터 두개 읽기. 그리고 오후에는 이코노믹스 모의 시험을 하나나 두개 시간 재어가면서 쳐봐야 한다.

근데 늙어서 공부하니까 회사일과 달리 너무 명확하고 심플해서, 이렇게 달리는 것도 은근히 재미가 있다는 거. Income tax, bond, lease, liability 어쩌구 저쩌구 중얼중얼 하면서 재미있어 하다니 변태 같다. –_-;;;

@불쌍한 곰돌은 요새 맨날 집에서 혼자 노느라 소파에 몸이 녹아붙으실 지경인데, 최근에 Heroes 시리즈를 마라톤으로 달려서 끝을 보더니, 이번 주말엔 Battlestar Galactica를 달리고 계신다. 곰돌이 소파에 녹아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강아지를 키우긴 키워야 하나 보다.

Published by Hisun on 24 Nov 2008

감기에 대처하는 자세

언제나 앓을 틈은 없는 거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더 바빠서 감기에 걸리면 절대 안되는 지경에 처해 있다.

그러니 감기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겨울 독감 주사는 이미 맞았고, 어제는 목이 부을랑말랑 하길래 한밤중에 일어나서 소금물 양치를 하고 잤더니 아침에 그런대로 개운하다.

요새 전기장판 위에서 자버리는 일이 잦은데, 전기장판 위에서 자면 목과 코가 건조해져서 감기에 취약해지는 거 같다.

전기장판 위에서 자지 않기. 목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소금물 양치 하기. 운동 계속하고 건강하게 먹기.

 

@소금물 양치는 나의 감기에 대항하는 비기인데, 소금을 잔뜩 담은 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그 물을 입에 머금고서 가글거리는 것이다. 목구멍에 닿도록 그렇지만 짠 소금물을 삼키지는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목이 부을랑 말랑 할때 해주면 효과가 직빵이다.

Published by Hisun on 21 Nov 2008

팔자에 없이 플래닝 co-lead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요새 갑자기 잔꾀를 못부리게 되어버려 바쁘다. 학교 가는 화목은 집에 10시반에 오고, 학교 안가는 월수금은 빡센 미팅이 오후 4시반에서 7시까지 있다 (크로스 팀이 시애틀, 샌프란, 도쿄, 샹하이, 센쩬에 있다). 금요일인 오늘이 되자 한주간 쌓인 피로가 확 덮쳐서, 오늘 아침에는 아침 8시까지 눈도 안 떠지더라. 오후 4시반의 미팅을 기다리고 있는 중. 미팅 오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 싶어서 아침에 출근하다가 동네 구멍가게에 들러서 과자들을 사안고 왔다.

그나저나 왜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인도 커리를 먹고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것이냐. 한두번이 아니네…. 가만 생각해보면….

  • 금요일마다 - 주말에 장보니까 금요일쯤이면 도시락 쌀 재료는 떨어져버리고 피로는 쌓여서 아침에 못일어나니까 금요일마다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사먹는 건 맞구나
  • 꼭 인도 커리를 먹고 -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사프란 쌀에 두가지 종류의 커리를 골라 얹을 수 있는 거. 보통 달짝한 맛이 나는 치킨 커리와 기름진 양고기 커리를 얹는구나. 여기까지는 패턴 추론이 가능한데 말야…
  • 배아프고 설사 - 이건 왜냐고…. -_-;;;

Published by Hisun on 16 Nov 2008

어제 퀸앤 나들이

가끔 주말에 곰돌이랑 배낭을 짊어지고 urban hike에 나서서 한두시간 정도 걷고 정해놓은 동네를 둘러보다가 커피샵에 들어가서 뭐 먹으면서 공부 좀 하고, 그리고 도로 두세시간 걸어서 집에 오는 걸 하는데, 어제는 우리가 좋아하는 퀸앤 힐 꼭대기를 전과 다른 루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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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젼서 신문사 건물이 있는 쪽에서 퀸앤힐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쪽에 입구가 있는 좀 수상쩍은 키니 파크에는 수상쩍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둘이 발걸음을 빨리하여 멀어졌다. 허름해보이는 동네를 지난 것이 몇블락 되지 않는데도, 퀸앤 꼭대기를 점점 오르다보니 갑자기 길가의 집들이 고급스러워지고  커지고, 집집마다 뒷마당의 잔디가 파랗게 잘 가꾸어져있는데다 집집마다 정성들여 만든 덱이 있는 부자 동네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서 오르던 길 뒤를 돌다보니 이런 환상적인 시애틀의 뷰가… 역시 부자동네가 될 만한 곳이었다. 하다못해 콘도 한짝도 1.2 밀리언에서 시작하는 동네였다. 그 동네의 뷰포인트인 케리 파크에서 벤치에 앉아서 싸온 점심을 먹고, 주말 신문을 읽고, 땃땃한 햇볕을 즐기면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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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로 시애틀 시내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11월 답지 않게 맑은 날이라 보기 힘든 레이니에 산도 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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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앤 꼭대기에는 한 사거리에 커피샵/티샵만 6개가 있는 사거리가 나오는데 (어제 보니까 한개 더 들어오려고 하는듯 모두 합해 7개 헉), 어딜 갈까 하다가 스타벅스가 시애틀의 몇군데 매장에서만 시범운영중인 Clover라는 small-batch 커피 머신으로 만든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서 별다방에 갔다. 우린 곰돌이가 별다방 wi-fi 어카운트가 있어서 아무래도 별다방에 자주 가게 된다. 사진의 “클로버가 도착했어요!” 사인 뒤로 보이는 카운터 위의 검은색 박스 같이 생긴 넘이 클로버 머신이다. 스타벅스 이그제큐티브들이 뉴욕인지 어디서 클로버로 만든 커피를 마셔보고 이 머신이 다른 회사 손에 들어가면 안되겠다고 판단해서 전격적으로 회사 전체를 사들였다고 하는 바로 그 기술이다. 진한 코코아 맛과 허브 맛이 난다는 수마트라 커피를 적은 양만 볶아서 추출하는 걸 시켜봤는데, 보통 커피보다 진하면서도 씁쓸하지는 않았다. 다른 종류도 담에 가면 마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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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는 곰돌이와 곰돌이의 익스트라 핫 핫초콜렛. 스타벅스 holiday season cup이 벌써 나오기 시작했구나. Holiday seasonal latte들도 나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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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앤 동네 너무 이쁘고 뷰도 좋고 집들도 이뻐서 언젠가 살고 싶긴 한데, 거기 살려면 도무지 호수 동쪽으로 출퇴근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출입로가 한정되어 있고, 살인적인 오르막길이라 한번 올라가면 도로 내려오는 건 죽으라는 거나 다름 없을 거 같으며, 길 막히면 죽도록 막히는 길들이라… 곰돌은 부동산에 걸려있는 팔집 사인들을 보더니 막 열심히 모기지 계산을 했다. 저 집들 우리 한 5년 더 승진 거듭하면 모기지 끼고 살 수 있겠다 이러는데, 마당도 넓직하고 개나 아이들 키우기에도 좋아보이지만 집이라는 부동자산에 올인하는 거 별로다.

 

덤으로 요새 꽂혀서 열심히 먹고 있는 석류 Pomegranate. 좋아하는데 비싸서 슈퍼에서 한두개씩 사다 먹었는데, 이놈의 곰돌이가 코스코에서 한 박스를 사다 날라놓는 바람에 요새는 의무감으로 먹는다. ㅠ_ㅠ 그래도 먹으면 피부는 좋아지는듯. 상큼한 맛은 참 좋지만, 석류를 갈라서 알알이들을 떼어내는 작업은 너무 노가다다. 석류님으로 말씀드릴짝 싶으면, 내가 석류님을 처음 배알한 것은 역시 소인이가 런던에서 그 미드이스턴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 주었을때 구운 가지와 석류알을 요거트로 버무린 요리 덕택이었던 듯 싶다. 전에 내가 직접 해먹어 보기도 했지만 그 맛은 정확히 내기는 힘들었고, 대신 석류 철이 되면 석류를 사다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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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Hisun on 15 Nov 2008

Feeling adventurous

오늘 아침에 카이로프랙터한테 갔다가 장보러 슈퍼에 갔는데, 평소엔 사는 법이 없는 걸 두 가지나 사왔다. 하나는 램찹 (양고기 티본 부분), 다른 하나는 스캘럽 (조개관자라고 하나?). 저녁에 램 찹을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릇에다 하면 나중에 씻기 힘드니까 zip lock bag에다가, 올리브오일, 라임쥬스, 마늘 간 것, 이탤리언 시즈닝, 후추와 소금 이렇게 넣고 흔들어서 잘 섞은 다음에 기름기를 떼넨 램찹을 넣고 봉한 다음에 주물주물 해서 골고루 양념이 묻도록 하고서 한 45분 marinade 했나보다. 그런 다음에 프라이팬에서 뚜껑을 닫고 각 면이 브라운이 되도록 뒤집어 가면서 구웠더니 야들야들한 양고기의 맛이 살아있는 훌륭한 램찹이 되었다. 램찹을 꺼내기 직전에 길게 썬 양파를 팬에 넣어서 같이 익혔더니 양고기 기름으로 볶인 양파도 맛있고. 밥과 같이 접시에 얹어 먹었더니 훌륭한 저녁식사.

내일 일요일 점심식사로는 스캘럽 요리를 할 생각이다. 한번도 집에서 해먹어 본 적은 없는데, 역시 델리에서 조금씩 사면 되는구나 싶다. 램찹은 2인분에 10불 정도로 샀고 같이 먹은 양파나 밥이나 베이크드 빈을 다 합쳐도 둘이서 먹은 거 한 12불 정도인데, 이런 램찹을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1인분에 25불 정도 하는 거 같더라구. 내일 스캘럽 요리도 기대된다.

Published by Hisun on 12 Nov 2008

놀고난 다음주

주말에 금토일 퍼져 놀고 돌아왔더니 갑자기 할일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_-;;; 그래도 한 주말 푹 쉬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중.

프로덕 사이클을 Windows Live 사업부에서는 Wave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Wave 3를 마감하고 Wave 4를 시작하는 시기다. 내가 맡은 일은 Wave 3 마감이 딱 쉬핑 전까지 질질 끌리는 일인데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Wave 4 플래닝에 참여하게 되어서 이제 크리스마스 전 요 몇주간은 완전 죽었다.

Published by Hisun on 07 Nov 2008

Surviving midterms

어제 저녁 마이크로이코노믹스 중간고사를 봤다. 1시간 40분 동안 교실에 앉아서 다들 사각사각 연필로 답안을 쓰는 이런 전통적인 시험은 정말이지 대학 졸업하고서는 처음이었나, 아님 대학원때 Intro to HCI 시험도 이랬던가, 여튼 오랫만이었다.

2주 전에는 어카운팅 중간고사를 테익홈 48시간 짜리로 봤는데, 그게 더 스트레스였던 거 같다. 얘는 벌써 점수가 나왔는데, 나도 믿어지지 않지만 103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85점이 목표였는데, 쩜 오바해 부렸다.

시험이 끝난 김에 어제는 우리 학년 애들이랑 우르르 술마시러 갔는데, 우리과에 신기한 인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젤라는 낮에는 제약회사의 연구원인데 사이드잡으로 와인을 만들어 팔고 있다. 아직은 일년에 100 상자밖에 안만들지만 벌써 설립한지 2년 되는 와이너리의 오너. 마이크는 보잉에서 일하는데, 보잉 비행기가 사고가 나면 사고난 현장에 파견되어서 고장 원인을 찾아내는 직책이라 세계의 구석구석으로 출장을 다닌다고 한다. 캐런은 잘은 모르지만 척 보기에 50살은 넘어보이는 늦깍이 학생인데, 집이 베인브릿지 섬에 있어서 페리를 타고 편도 2시간씩 저녁반 학교를 다닌다 대단한 정성. 레바니즈이나 프랑스 식 이름을 가지고 있는 앙투안한테서 레바니즈 레스토랑 추천도 받고…

다른 팀 사람들이랑 이야기 해보면 우리팀이 꽤나 팀웍이 좋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우리팀은 나까지 5명 – 나, 매건, 에릭, 데이빗, 그리고 사일러스. 사일러스는 키도 크고 건장한 체격의 보잉 mechanical engineer인데 단순한 기계과의 완전 스테레오타입이긴 하지만 아주 성실하다. 꼭 자기 힘으로 일단 숙제를 먼저 해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나이 33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으로 유일. 데이빗은 WAMU의 미들매니저로 다니는데 우리 학교 시작한 첫날에 WAMU가 파산해서 요새 잡헌팅 중이다. 본래 뉴욕 증시의 플로어 트레이더 출신인데, 나이는 30 밖에 안되었으나 이것저것 하고 다닌 것이 많아서 bullshitting 전문이다. 팀 숙제로 길게 뭐라뭐라 써야 할때 최고다. 에릭은 U of Washington의 grant 오피스에서 일하는 교직원인데, 프라이빗 섹터로 옮겨야 할지 대학에 남아야할지 생각중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성격이 온화해서 팀 안에서 glue같은 역. 4살 2살짜리 애들도 둘이나 있는데, 숙제랑 공부도 어찌나 열심히 하시는지 맨날 새벽 2-3시까지 공부한단다. 매건은 우리팀의 문제아지만 팀의 다른 사람들이 아직은 잘 메꿔주고 있다. 제일 어린 28살인데, 요새 유행하는 “그린” 건축, 지속가능성 건축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조그만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데 회사도 엄청 바쁘고 출장도 많이 다니는데다가 스스로도 이것저것 커밋먼트가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힘들어 하고 있는 타입. 지지난주에 출장이다 친구 결혼식이다 해서 수업을 3번이나 연달아서 빠졌는데, 그 이후 아직 회복이 안되고 있는 거 같다. 마이크로소프트 PM인 이 친구 남편도 같이 MBA를 시작해서 우리반인데, 남편이랑 같이 들어서 그나마 좀 낫겠지. 메건은 이번이 3번째 석사학위인데, 똑똑하긴 하지만 뭘할지 결정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이 꼭 나의 20대 후반 같아서 정이 간다.

어쨌거나 살아남은 것을 자축하기 위해서 오늘은 회사를 하루 빼내어 쉬고, 내일은 라이언이랑 산후안 섬의 B&B에 간다. 잘 쉬어야지 으쌰.

Published by Hisun on 04 Nov 2008

미국 선거에 대한 단상

난 온갖 상징적인 의미에서는 오바마를 지지하고, 세금 유용과 ‘작은 정부’ 이슈에서는 매케인에 더 가까운 편인데, 어쨌거나 나는 표가 없으니 별 상관이 없다.

다만 다른 걸 다 빼놓고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미국이 부럽다 싶은 것이 있었는데…

 

엊그제 대통령 후보인 오바마의 할머니가 암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병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오바마는 그러니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한주 전에 캠페인을 잠시 중단하고 할머니를 뵈러 하와이로 떠났다가 돌아왔다. 그러니까 대선이 열흘 정도 남은 시점에서 목요일 금요일 이틀이나 스케쥴을 뺐던 것이다. 미리 연설을 하기로 되어 있던 도시들에서의 유세를 다 취소하고. 선거 막바지에 후보들은 하루에 3-4개 도시/주를 전용기로 돌면서 유세를 한다.

처음에 오바마 캠프에서 이틀을 빼기로 했다는 걸 발표했을때, 난 일단 걱정이 되었다. 그 이틀간 매케인 진영에서 뭔가 이슈화 될 비난을 하면 대응이 느려서 곤란하진 않을까, 혹은 이 중요한 시점에 이틀을 비우면 여론이 사생활과 공적인 일을 구분 못한다고 비판조가 되지는 않을까 등등.

왠걸, 언론들도 다들 그냥 객관적으로 사실을 보도하면서 오바마가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뵈러 갔다 이정도만 계속 언급할 뿐 따로 비판조의 논평을 내는 일이 없었고, 심지어는 오바마가 하와이에 가 있는 동안은 오바마의 취재도 자제했다. 뉴스지에서도 하와이 공항에서 오바마를 사진 찍은 것이 나올 뿐 귀찮게 따라붙거나 하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오바마의 할머니는 누구이며 어떻게 오바마를 키워왔는가 오바마가 할머니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가를 부각시켜, 오바마의 “평범한 미국인” 이미지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공화당 측에서도 오바마가 사적인 이유로 이 이틀을 뺀다는 사실에 별다른 공격이 없이 덤덤했다. 물론 자기네가 그 이틀간 풀가동을 할 수 있어서 이득을 본다고 생각은 했겠지만 우리나라 정치인이라면 씨부렸을 “공사를 구분 못하네” “집안일로 공적인 일을 말어먹네” 따위의 헛소리가 나오는 일은 일절 없었다. 다른 나라와 다름없이 선정적이고 사실무근인 비난으로 가득차는 이 나라의 선거판을 생각할때, 이런 대응은 그저 의식 수준의 차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이 사람들은 가족이 위독하면 “당연히” 대선 1주일 전에라도 가서 같이 시간을 보내어 드려야 하는 것이다. 이게 후보인 당사자나, 오바마 대신 유세에 갔던 부인 미쉘 오바마나, 참모들이나, 언론이나 경쟁자인 공화당이나 궁극적인 심판인 국민들에게 모두 “당연한” 것, 비난이나 재고의 건덕지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이 나는 참 부러웠다. 당연해야 할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부러워 한다는 그 사실이 좀 서글프다.

Published by Hisun on 01 Nov 2008

11월이 왔다

11월이 오고, 시애틀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은 언제나 반갑지만, 특히나 가을 요맘때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에 도착하면 도착 직전 시애틀 근교의 노랗고 붉은 아름다운 단풍들이 집과 거리를 물들인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아한다.

올해는 10월에 맑은 날이 많아서인지 단풍이 유난히 더 색이 짙고 선명하다. 회사에서 내 오피스는 창이 없는데, 복도로 나오면 긴 복도의 끝에 있는 큰 창으로 창 밖의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그 나무가 가을 들어 점점 색이 변하더니 요며칠 사이는 아예 불타는 빠알간 색 나뭇잎들을 무겁게 매달고 있는 걸 보면서 가을을 실감했다. 내 오피스가 있는 Redwest 캠퍼스는 나무가 많고 계곡도 조성되어 있어, “숲속에 지어져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캠퍼스 중에서도 특히나 아름다운 캠퍼스인데, 요새는 단풍으로 캠퍼스 전체가 정말 더할나위 없이 색깔이 곱다.

11월 첫날 아침에 일어나니 간밤에 비가 왔는지 온 세상이 촉촉하다. 주말 브런치 약속이 전에 가 본 적 없는 Greenwood 동네에서 있어서 곰돌 차를 몰고 Greenlake 동네를 지나고 시애틀의 동물원 동네며 Phinney Ridge라고 하는 아기자기한 동네도 지났는데, 정말 가을 정취가 물씬 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 동네는 상공에서 보면 나무가 반 집들이 반일 정도로 나무가 많은데, 그 나무들이 일제히 옷을 갈아입고 서 있으니… 게다가 낙엽이 어느 정도로 많이 쌓일 때까지는 낙엽을 쓸어내지도 않아서 차를 대놓고 동네를 잠시 걸었더니 젖은 낙엽 냄새와 촉촉하고 쌀쌀한 공기와 길가 카페에서 퍼져나오는 커피 냄새가 어우러져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11월 느낌”이 났다.

브런치를 먹기로 한 다이너에 들어갔다. 창문은 김이 서리고, 따뜻한 실내에서 뜨거운 커피 머그잔을 쥐고 푸짐할 것이 틀림없는 오믈렛을 기다리면서, 아무래도 지난밤에 할로윈을 즐기느라 늦게 자리에 든 거 같은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유없이 아주 코지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내가 11월을 좋아하는 이유.

12월초까지 할일도 많고 아주 바쁠 거 같은데, 대신 12월 중순 이후로는 회사일이 거의 마무리되고 12월 마지막 한 주는 사실상 휴가나 다름없으니, 그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일과 학교공부로 너무너무 바쁘지만 좋아하는 11월의 가을도 좀 즐겨주기. 다음주는 이코노믹스 중간고사 끝나면 금요일 휴가쓰고 주말엔 산후안 아일랜드의 B&B에 갔다올 거니까 좀 한숨 돌리고 쉬면서 가을을 만끽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