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시댁에 크리스마스때 와 있다. 라이언네 패밀리 프렌드 중에 달라스에서 2시간반 정도 떨어진 잭슨보로에 텍사스 스타일 랜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 오후에 거기 놀러 갔다 왔는데, 정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좀 신선했다.
시댁이 있는 동네도 이미 달라스 서벌브인데, 거기서 2시간 정도 달리니까 갈수록 점점 서벌브의 주택지들이 사라지고 점점 광활한 들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끔 말과 소가 노니는 울타리들을 지나고 텍사스의 천연가스 펌프들도 지나고 그런 광경들이 지겨워질려는 즈음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먼지가 폴폴 날리는 비포장 도로로 좌회전해서 잡초가 우거진 길을 한참 따라갔더니 비니와 하일리가 일구어 놓은 랜치의 입구가 나왔다.
하일리는 라이언의 베스트 프렌드인 맷의 둘째 누나고, 라이언이 그 집 명예가족이나 다름없어서 당연히 그 남편인 비니와도 친하다. 비니는 참 특이한 사람인데, 본래는 달라스 사람으로 친구랑 동업해서 주택가의 잔디밭과 정원을 가꿔주는 조경 사업을 하다가 돈을 좀 벌어서는 아이는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4년전에 달라스에서 2시간 반이나 떨어진 시골에 350 에이커 (1에이커가 0.4 평방 킬로미터 좀 넘는단다)나 되는 땅을 사서 이사했다고 한다. 이 사람이 특이한 이유는 은행 제도와 매트릭스에서나 나올 듯한 “그리드”를 신용하지 않아서, 자기 이름으로 된 금융 기록이 전혀 없고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은행 계좌같은 것도 갖고있지 않는다는 거다. 사업체는 어머니 이름으로 되어있고 뭐 그런 식. 말로만 들었을때는 완전 문명의 바깥에 사는 약간 이상한 레드넥을 상상했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너무 멀쩡하고 이성적이고 깔끔하고 잘생겨서 놀랐다.
랜치의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비니의 개 코티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랜치 입구에서 집까지 한 500미터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갔다. 집 앞에는 트럭이 두 대, 존 디어의 트랙터가 한 대 서 있고, 집 뒷쪽으로는 염소들이 철조망 너머로 보였다. 우리가 타고간 맷의 차 사이언은 도시형 차라 완전 주변과 어울리지 않고…
하일리와 비니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컨테이너 하우스 (기성품 집, 공장에서 만들어져 컨테이너처럼 트럭에 실려서 운반되어오는 집)이라 별 볼품이 없었다. 시골이라서 그런 건가 하고 혼자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 커플은 자기네 땅에 저택을 하나 지으려고 벼르고 있는 것이었다. 비니는 자기 어머니도 자기 랜치로 모시고 와서 언덕 너머에 집을 지어드렸는데, 그 집에 가봤더니 집 전체가 캐나다산 통나무로 지어진 데다 높은 천장을 틔어 놓은 거실에 놓인 대리석 벽난로에, 럭셔리어스 한 욕조에, 드러나 있는 나무 대들보며, 대단한 집이었다. 집만 보면 우리가 어디 엘에이 근처의 호화 주택지에 있는지 텍사스 시골에 있는지 알 수 없없다. 2층 덱에서 내다보니 산도 별로 없는 텍사스라 들판 저 멀리까지 훤히 보이는 뷰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거의 눈 닿는 데 전부가 다 자기네 땅이라고 했다.
비니는 랜치에 처음 온 나와 라이언을 트랙터에 태워서 랜치를 구경시켜주었다. 텍사스의 고유한 소 품종은 롱혼이라고 뿔이 양옆으로 길게 자라는 녀석들인데, 비니는 최근에 롱혼을 7마리 사들였다는 거다. 숫놈이 두마리 암놈이 다섯마리인데, 암놈들은 죄다 지금 송아지를 배고 있다고 했다. 소 떼들은 랜치를 자기네 맘대로 돌아다니면서 풀을 뜯는데, 하도 넓은 랜치에 몇 안되는 소들이라서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까 했는데, 비니가 신기한 소리로 “유후~”하고 불렀더니 소떼들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비니의 비지니스 플랜은 이 랜치에서 좋은 품종의 소들을 교배해내서 많은 수의 소를 키우는 농장에 파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7마리로 시작하지만 몇년 안에 4-50 마리로 늘리려고 한단다.
집 옆에 쳐진 철조망 울타리(라고는 해도 아주 넓은)에 살고 있는 것은 네 마리의 염소와 당나귀 한마리. 밤이면 코요테 들이 염소들을 노리는데, 당나귀가 코요테를 톡톡히 물리친다고 한다. 비니의 계획은 염소도 100마리 정도로 늘리는 것이라고 하니, 본격적으로 랜치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 것 같았다.
비니네 땅 안에 호수가 3개 정도 있는데, 셋 다 낚시 하기 좋다며 비니네 매부는 마침 낚시를 마치고 낚은 고기들을 차에 싣고 있는 중이었다. 하일리와 비니는 이제 20개월된 아들 베이든이 있는데, 그 꼬맹이는 뒷마당에 서 있는 거대한 나무에 매인 그네를 타고 강아지랑 랜치를 뛰어다니고 그러면서 자라게 될 것이다. 비니와 하일리도 이 라이프 스타일 대로라면 도시에서 출퇴근 하는 부모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퀄리티 타임을 자라나는 자기네 아이들과 보내게 될 것이다. 다만 거의 야생의 들판이나 다름 없으니 방울뱀과 전갈이 집에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울타리를 열어두면 소들이 집을 들이받을 수도 있으니 그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out-of-life-ish (나에게는) 랜치인데도 불구하고, 새틀라이트 디쉬를 이용해서 인터넷과 티비 채널들이 들어오고, 석사학위가 두 개나 있는 하일리는 차를 타고 30분만 가면 자신의 스피치 트리트먼트 자격증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클리닉이 나온다고 한다. 비니는 달라스 시내에 있는 조경 회사도 계속 운영하고 있고. 이런 신기한 라이프 스타일이 사실 우리가 사는 라이프 스타일과 그닥 크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고나 할까. 곰돌은 참 부러운 눈치인데, 나는 텍사스에서 자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옵션이 되기도 하는구나 하고 새삼 신기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