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June, 2009

Published by Hisun on 24 Jun 2009

노트북 전사

2005년 말에 사서, 배터리가 망가져도 전원연결로 꿋꿋이 쓰고 있던 델 노트북에 지난 주말 맥주를 엎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노트북님은 현재 부팅만 무한 반복중, 하드에 들어있는 데이터만 무사히 빼낼 수 있다면 별 아쉬울 것 없이 오래 쓴 노트북이긴 한데, 새로 뭘 사려고 하니 당장 돈이 아깝다. 한동안 회사 노트북으로 지내거나 넷북을 사거나 하지 싶음.

Published by Hisun on 22 Jun 2009

강아지와의 동거 석달째

오늘은 마운틴뷰에 있는 실리콘 밸리 오피스에 오후내내 미팅을 하러 왔었는데, 여기 디자인 팀 팀장이 미팅에 나타나지 않아서 왠일인가 물어보니 집의 15살짜리 개를 안락사 시키는 일때문에 못 온다는 거였다. 이 아저씨 결국 미팅에 늦게 도착하기 하셨는데, 낯빛이 무척 어둡더니 내가 랩탑 백그라운드로 쓰고 있는 일라이 사진을 보더니, 자기 개와 너무 닮았다며 자기 개 사진도 보여주었다. 개의 15살은 인간의 85살에 해당한다는 말도 해주었다.

일라이는 이제 겨우 1년 조금 지난 어린 개라서 늙어 죽는 걱정은 아직 들지 않지만, 가끔 이놈이 누워서 있는데 옆에 앉아서 배를 쓸어주면서 앞발을 가만히 잡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놈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데 옆에서 이렇게 손을 잡아주고 있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벌써 별 걱정을 다 한다 싶겠지만 그래도 그새 정이 들어서 왈칵 맘이 짠해진다.

처음 일라이를 데리고 온 날, 침실 바닥에 내 세이프티 블랭킷을 깔아줬더니 제 잘 자리인줄 바로 알아채고 척 누운 일라이 녀석 사실은 새 집에 불안해 했는지 우리가 바스락 소리를 낼때마다 일어나서 나랑 라이언이 잘 자는지 확인하러 왔다. 이놈이 일어날 때마다 잠귀가 밝은 나도 눈이 떠지고. 그렇게 둘이서 밤새 계속 서로를 깨우는 상황이었는데, (곰돌은 아무 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이 조그만 생명이 우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구나, 그러면서도 우리가 잘 있는지 제가 살피는구나 싶으니까 갑자기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정이 확 쏠렸다. 물론 나중엔 곰돌에게만 충성하는 일라이놈이 얄미워졌지만… –_-;;;  석달이 지나서 우리집에 익숙해진 일라이 넘은 이젠 내가 밤늦게 자러 들어가면 꼬리치던 서비스도 귀찮아서 안해주신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머리로는 이해해도 별로 마음에는 와닿지 않았던 일이 그것 말고도 아주 많다. 일라이가 오고나서, 길에 지나가는 강아지들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개와 개 주인이 지나가는구나 하고만 흘려봤었다면, 요새는 동네가 제것인양 뽐내는 듯 걷는 강아지, 버릇없는 조그만 강아지, 불안한 강아지, 심심해서 힘이 넘치는 강아지, 주인에게 길이 잘 든 강아지, 걷는 것도 피곤한 늙은 개와 주인과 밖에 나와서 기쁜 강아지들이 보인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다른 것들이 나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피상적으로 ‘아는’ 것일 뿐 실제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의 간극은 얼마나 넓고도 깊은가. 직접 경험의 일천함을 극복하는 것은 과연 가능은 한 일인가.

Published by Hisun on 22 Jun 2009

Dean’s List and Dean’s Scholars list

또 오버했다. 이번 학기 딘즈 리스트와 이번 학년도 스칼라 리스트에 들었다고 나는 보기도 전에 팀메이트들이 메일을 보내왔네. 여름학기에는 비뚤어질테다. –_-;;;;

여름학기 오늘 시작했다. 출장으로 당일치기 마운틴뷰에 다녀오는 길이기 때문에 첫 클래스는 제끼게 되었다. 지금은 비행기 안. 비행기 안에서 글을 쓰고 집에 가서 업로드 할 예정.

여름학기에 과목 4개 신청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빡셀 거 같은 브랜드 매니지먼트 과목은 드랍해야겠다. 이 과목은 와중에 반은 토요일 오전에 만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름 주말에 놀아야지 브랜드 매니지먼트가 왠말이냐. 그러고 나면, 반학기 짜리 네고시에이션 클래스랑, 여름 두 달 하는 디시젼 메이킹 클래스, 그리고 여름동안 두번밖에 안만나는 커뮤니케이션 클래스가 있을 뿐이다. 나쁘지 않다.

Published by Hisun on 21 Jun 2009

주말 딩굴딩굴의 결과보고

  • 호타루의 빛 : ‘건어물녀’의 정의에 낚여서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았다. 이거 보느라 토요일 내내 집에서 딩굴 거리고, 일요일도 에피소드 두편을 더해서 10개의 에피소드들을 주말새 다 봐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보는 내내 생각한 것은, 아니 집에서 츄리닝을 입고 딩굴대는 것이 도대체 뭐가 나쁘다는 거냐 하는 자기방어적인 되물음이었다. 회사도 안 꾸미고 가는 자로서 도대체 회사에나 꽃단장하고 가주면 되었지 어쩌라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아마도 나도 건어물녀 OTL;;; http://www.mysoju.com/hotaru-no-hikari/   호타루역 아가씨는 그냥 코믹하구나 그랬는데, 부장역 남자배우 볼수록 매력있다. 양복을 입고 있으면 좀 왜소해 보이는 일본인 체형인가 싶은데, 집에 와서 욕의를 입고 있으면 어깨가 번듯해서 꽤 맵시가 있다. 호타루의 애인남역은 좀 눈밑이 게슴츠레해서 별로.
  • 결혼 못하는 남자: 한국에서 새로 시작한 드라마인데, 한국판 건어물녀로 엄정화가 나온다. 엄정화는 마흔 넘으신 분이 어쩜 이리 귀여우신지. 20대초반인 가을양 옆에 서 있어도 꿀리지 않으신다. 계속 그렇게 늙어서 희망을 주시길… 지진희 캐릭터가 워낙 찌질하긴 한데, 그래도 엄정화가 멋져서 시간나면 또 찾아보지 않을까 싶음.
  • 선덕여왕: 한국 방송분까지 다 따라잡았다. 이야기 자체는 재미가 있고 고현정과 아역들의 연기가 대단하긴 하나, 역사적/전기적 사실에 대한 왜곡이 너무 심해서 친구 사이였던 김유신과 김춘추 사이가 거의 김유신이 김춘추의 새아버지가 될 법하게 나이차를 두고 나온다거나, 덕만 공주가 타클라마칸으로 도망가서 살던 것으로 나온다거나 해서, 역사 공부는 안하고 드라마만 볼 아그들이 걱정된다. 이요원이 아역들의 기합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
  • 킹즈: 시즌1을 끝으로 문을 닫을 비운의 시리즈 킹즈를 처음으로 닥본사 해보았다. 토요일 저녁 8시. 여전히 재미있긴 한데, 곧 끝나서 다시 하지 않을거라는 사실에 김이 빠진다. 이언 맥쉐인이 정말 카리스마 짱이다. 주인공 남자애가 그냥 착하게만 생겨서 시리즈가 중도하차라는데 1불 건다.
  • 앤젤즈 앤 디몬즈: 로마의 곳곳을 커다란 영상으로 보는 것에만 의의가 있었던 영화. 2.5/5. 이언 맥그리거가 섹시하게 나온다더니, 난 별로 그것도 모르겠두만. 얼굴의 점박이가 더 크게 부각됨. 역시나 나는 건어물녀. 로마에 또 가고 싶었다. 담에는 좀 덜 더울때 가야지. 아 그리고 오전에 시작하는 영화 타임은 티켓이 6불이라는 놀라운 발견. (저녁시간은 10불 50센트이니 둘이서 볼때 9불이나 아끼는 셈이다 두둥)

@ 개학 전의 마지막 주말이었다. 이제 또 여름학기 시작. 좀 많이 게으르긴 했지만, 개강전에 좀 쉬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라고 자기합리화 중.

@ 영화보고 짐에 가느라고 일라이를 욕실에 넣어두고 문을 닫아놨는데, 이놈이 욕실 문여는 법을 터득해서 집에 왔더니 현관에 나와 있어서 깜놀. 한 6시간 정도 집에 혼자 있은 셈인데, 딱히 뭘 물어뜯어놓거나 한 것이 없어서 집에 혼자 그냥 두어도 되는 것인가 생각.

Published by Hisun on 15 Jun 2009

Feel-good 매거진의 진화

난 휴가로 어디 갈때 편안하고 느긋하게 읽는 용으로 꼭 공항 서점에 들러서 잡지를 사곤 한다. 요번에도 휴가를 떠나오면서 그릴에 구울 것들을 사러 들렀던 홀푸드 마켓에서 잡지를 한권 사서 주말 내내 느긋하게 읽었다. 이럴 때 읽는 잡지들은 일과 전혀 관계 없는 “feel-good” 잡지들.

생각해보니 나의 필굿 잡지들도 내 생활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왔다. 삼성 디자인 멤버쉽을 다니느라 주말에 서울-대전을 오가면서 내가 디자이너에 필요한 예술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안달 했을때는 고속터미널에서 Vogue 같은 패션 잡지를 샀고, 가끔씩은 전혀 읽을 수 없는 일본이나 이태리 잡지들을 그림과 레이아웃을 보려고 사기도 했다. 미국에 처음 유학와서 꾸질한 아파트에 살면서 세컨핸드 주방용품을 쓰고 있을때 나의 필굿 잡지는 마사 스튜어트 리빙이었다. 살림의 여왕 마사 아줌마가 보여주는 햇볕 잘 들고 환한 아름다운 집의 매력에 침흘리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덜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취직하고 시카고에 살면서 살을 빼야지 맘만 먹고 있을때의 필굿 잡지는 SELF였다. 운동과 다이어트에 관심있는 여성들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잡지였는데, 쉐이프나 웨이트왓쳐스 같은 잡지들처럼 너무 노골적으로 살빼 살빼 하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강조하는 것이 맘에 들었던 거 같다. 시애틀에 이사온 직후의 필굿 잡지는 시애틀의 여러 네이버후드들을 소개하는 시애틀 매거진, 재작년에는 다비드와 윤정의 소개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창조적으로 재조명하는 GOOD 매거진도 열심히 구독했었다.

그러다가 요가를 가기 시작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면서는 마사지 클리닉에 비치되어있던 Body+Soul 이라는 잡지에 낚였다. 이 잡지는 요가와 젠을 근간으로 하고 whole living을 표방하면서 허브나 마사지, 요가, 식이요법부터 리사이클링이나 환경문제를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것, 바쁘고 스트레스 받는 일상속에서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건질만한 읽을 거리는 얇다랗지만 마사 스튜어스 컴퍼니의 잡지답게 아름다운 사진 화보들과 훌륭한 캐치프레이즈로 그냥 읽고 있는 동안 맘이 완전 릴랙스 되는 것이 장점이다.

잠깐의 말랑말랑함을 위해서 5불씩이나 되는 잡지를 사서 보고 종이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집에 오는 다른 잡지들은 WSJ, Economist, Fast Company, Inc. 이따위기 때문에 필굿 잡지가 따로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신 필굿 잡지에서 얻는 아이디어와 인스피레이션 (일테면, 요가를 도로 가기 시작하자라던가)을 정말 실생활로 연결하는 것을 열심히 하자.

Published by Hisun on 14 Jun 2009

Writing on a swing bench at a B&B porch

OMG, I REQUIRE a porch with a view and a swing bench in my future house. I’m swinging here, surfing the web with my laptop, and the seashore is right in front of my eyes. Eli is playing a dead-dog at a sunny patch, and Ryan is taking a nap in the upstairs room.

We are in a B&B called Blue Heron at Orcas Island. With the Wildwood Manor in San Juan (which was just the best B&B I’ve been to) as a 10, this B&B is about 8.5 with much more modest setting. Wildwood is a ‘manor’ really. But while Wildwood doesn’t allow pets, this place accommodates pets with dog basket and nice backyard for the dog to go wild with the resident dog Polaski. And while Wildwood boasts their acres of wild wood, this place has the sea and a small yacht dock right across the street. If their breakfast is impressive, I’ll raise my rating to this place to 9.

Anyways, we’re passing our relaxing 2nd day in Orcas Island. Taking Monday off gets enormous emotional relaxation to this weekend. It doesn’t even feel like Sunday afternoon. Real vacation sets in for now. The fact that we are the only guest in the B&B in Sunday afternoon also helps.

We started our first wedding anniversary weekend from Friday. On Friday, we had a nice dinner at Ray’s Boathouse where we did the wedding reception. It was very nice of them to offer free desserts when they learned that we were celebrating our anniversary. We did camping Saturday night at Moran State Park. The park and campsites were both very nice. Immediately Orcas made best of San Juan islands for me. We grilled bunch of stuff last night, had a good camp fire (no s’mores though), and hiked 3 miles around the Cascade lake in an early morning. Then we are now at this B&B. After the night of camping, checking ourselves in to a B&B early and taking a hot shower was a lifesaver.

A humming bird just buzzed in around the feeder dangling under the roof. The ocean breeze is still a bit too cool in June here. I’m stepping out to the sun to warm up again.

Published by Hisun on 09 Jun 2009

여름방학

지난 주 목요일에 마지막으로 마케팅 시험을 내고, 앞으로 2주간 정도 자유의 몸이 되었다. 게다가 여름 학기를 듣기는 하는데, 여름 학기는 좀 널널한데다 8월 중순이면 끝나기 때문에 9월말에 가을 학기 새학년이 시작될때까지 좀 긴 여름 휴가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

6월 초순에서 9월 하순에 이르는 긴 여름 동안 뭘 해야 하나 천천히 생각 중이다. 일단 매일 밤새고 운동 못하고 그래서 살찌고 망가진 몸을 좀 제 상태로 돌려놓고, 그동안 학교 때문에 못 했던 일들도 좀 하고, 근교에 여행도 좀 다니고…

지난 주말엔 일단 첫번째 자유주말이라, 토요일 하루 내내 꽉꽉 채워 놀았다. 아침에는 여름이 왔는데 긴털 밑에서 더워하는 일라이를 집 근처 개 놀이방에 딸린 개 미용실에 떨구어놓고, 곰돌과 둘이서 짐에 가서 운동을 천천히 길게 했다. 샤워하고 나와서 상큼한 기분으로 조조로 [스타트랙] 한 편 봐줬는데, 이거 한 3개월만에 처음 본 영화였다. 난 스타트랙 줄거리도 전혀 모르고 그런데, 재밌게 봤다. 역시 날고 부수고 깨고 이런 것은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듯. [엔젠앤디몬즈]도 [터미네이터]도 보고 싶고 [UP]도 보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와선 곰돌과 헤어져서 나는 본격적인 쇼핑의 세계로. 그동안 입을 것이 없어도 대충대충 입고 다녔는데, 날씨는 더워지고 있던 옷들은 살쪄서 안맞고 이런 3중고를 견디다 못해 쇼핑을 나선 거였다. 내가 쇼핑에 돈을 좀 썼을 정도니 6월달 소비자 컨피던스는 훌쩍 올라있을 것 같다. 쇼핑만 했느냐 그것도 아니고 머리도 자르고, 점심도 사먹었다. 미국 경제가 나아지면 내 덕이다.

이런저런 일을 다 하고 와도 겨우 오후 5시. 집에 오니 일라이는 완전 생판 모르는 다른 개가 되어 있었다. 덥수룩하던 털을 짧게 깎고 나니 브리타니/포인터 믹스 인줄 알았던 넘이 요번에는 하운드/달마시안 믹스로 보인다. 하얀개에 갈색 큰 점박인줄 알았더니 털깎고 보니 흰색/갈색 얼룩이 점점이 나 있는 이분은 누구신가. 털이 있다 없으니 저는 좀 추운 것 같지만, 집에 털 안날려서 참 좋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서도 친구집에 저녁 초대까지 받아 가서 잘 놀고 먹고 왔던 토요일. 대신 일요일은 완전 늘어져서 집에서 꽁꽁 싸매고 있었지만, 천천히 피로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 가고 있다. 요번 주말은 결혼 1주년 기념 리트리트, 올카스 섬으로 가는데, 거기 가서 좀 여름 계획을 잡고 와야지.

@ 일요일날 집에서 놀다가 NBC의 드라마 시리즈인 [킹즈]를 보기 시작했는데, 나는 완전 훅업되어버렸고만, 알고보니 첫 시즌을 마지막으로 고사될거란다.재밌는데 아깝다.

@ 일라이는 하이파이브를 배워갖구,뭐만 하면 이제 앞발로 하이파이브다.구르기를 시키려고 해도 하이파이브.

Published by Hisun on 02 Jun 2009

메모리얼 데이 후기

지난 주에 하도 기운이 없어서 못 쓴 메모리얼 데이 올해 첫 캠핑 후기.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토일월을 놀게 되는 바람에 올해 첫 캠핑을 가자고 벼르고 있었다. 토요일은 어카운팅 파이널을 하느라고 집에서 보내고, 일요일날 곰돌이 다 준비해서 장비를 실어놓은 차에 나랑 일라이는 가뿐히 몸만 올라서 페리를 타러 시애틀에서 45분 가량 떨어진 무킬티오까지 갔다. 무킬티오에서 목적지인 위드비 섬까지는 페리로 25분 정도. 차를 첩첩이 싣고 페리가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고 일라이랑 놀아줬다. 하도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위드비섬에 도착해 보니 겨우 아침 9시. 위드비 섬의 시골마을 읍내쯤 되는 쿠퍼빌에 들렀으나 이른 아침이라 따땃한 햇볕만 우리를 맞을 뿐이었다. 그래도 썰물 시간의 갯벌이 보이길래 차에서 내려 우리 강아지랑 산책을 좀 했다. 갯벌에 게인지 조개인지들이 진흙 속에 숨어서 물을 뿜어올리면 일라이는 깜짝 놀라서 도망가고… 줄을 풀어줬더니 완전 제 세상인 것 처럼 뛰어 다녔다. 쿠퍼빌에서 유명하다는 Knead & Feed 베이커리에 들러서 커다란 팬케익도 아침으로 곰돌과 나눠먹고, 갯벌에서 진흙탕이 된 발은 곰돌 트럭 뒤에서 한 1년간 방치되어 있던 –_-;;; 생수로 씻고.

캠프장은 오후 2시 30분인가부터 체크인이 가능한데,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데다 섬은 작고 가려고 맘먹었던 Rhododendron (진달래과인데 우리말로는 딱히 없는듯) 정원은 곰돌이 비토를 놓아서, 그냥 차를 몰고 섬을 돌다가 모래가 고운 해변을 하나 발견해서 거기서 내내 놀았다. 아직 해가 높이 뜨지 않은 오전이라서였는지 그 고운 모래 해변은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바다를 처음 보는 우리 개는 완전 신나서 전력질주로 해변을 왔다갔다 했다. 나랑 곰돌이랑 좀 떨어져서 번갈아서 개를 부르면서 반대쪽으로 뛰어가는 척 하면 양치기개의 피가 흐르는 일라이는 “아니 저것들이 무리를 벗어나다니” 하고 마구 뛰어와서 가까이 모여서 걸어가라고 짖는다.

해변이 싫증 날 때쯤 해서는 피크닉 테이블이 놓인 잔디밭에 담요를 깔고 나랑 곰돌이랑 일라이랑 다들 벌러덩 누워서 햇볕을 받으면서 낮잠을 좀 잤다. 5월인데 벌써 햇살이 장렬해서 피부가 좀 탔다. 난 미루기 중이던 어카운팅 시험은 거들떠 보지 않고 옛날에 다 읽은 해리 포터를 다시 읽고 계속 미루기를 했다.

캠프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의 중반. Deception Pass 공원의 캠프장은 가족 중심의 레크리에이션이 주여서, 다들 RV를 몰고 오거나 집채만한 텐트를 치고 배나온 아저씨들이 맥주 마시는 주위를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분위기였다. 캠프장은 인원에 따라 사이즈가 다르게 잘라내어 풀숲으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한 작은 터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자의 작은 터에는 차를 댈 장소, 텐트를 칠 만한 편평한 땅과 피크닉 테이블 그리고 캠프파이어 링이 구비되어 있다.

곰돌의 텐트는 back country hiking용으로 가볍고 부피가 적게 디자인 되어 있어서 우리 둘이 들어가서 자면 약간 비좁은 분위기지만 텐트 치는 데는 10분이 안걸린다. 텐트를 다 치고도 할일이 별로 없어서 낮잠을 좀 잤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텐트가 한 200개 정도 들어가는 그 캠프장에서도 제일 작은 우리 텐트를 보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1인용 텐트지?”

“근데 자전거랑 간이의자랑 이런 것들은 다 2개씩인데?”

“신혼부부인가 보네”

“어떻게 저렇게 쪼그만 텐트에서 자냐?”

이러고서 지나가는데, 사실 그 텐트 안에는 신혼부부만이 아니라 우리집 개도 발치에 쪼그리고 자고 있었다는 사실…

오랫만의 캠핑이라 우리집 웨버 그릴에 불피우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액체 연료가 뿌려진 석탄을 사지 않고 그냥 석탄을 산 탓이었다. 액체 연료 석탄은 불피우기 쉬운 대신, 음식에서 약간 액체 연료 향이 나는 거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석탄이 하얗게 제대로 달궈지기를 기다려서 준비해온 양고기와 스테이크와 수제 소시지들을 차례로 올렸다. 로팻 다이어트 중이었으나 개의치 않고 열심히 먹어주었다. 음식이 다 되고 나서는 아직 뜨거운 석탄을 캠프장에 있는 캠프 파이어 링에 붓고, 캠프장 사무실에서 사온 장작들에 불을 옮겨붙였다.

불을 지피고 장작을 더하고 불꽃을 가지고 노는 것도 캠핑의 큰 재미다. 모닥불 옆에 접이의자를 놓고 앉아서 맥주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불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 참 좋아한다. 가지고 온 옥수수를 호일에 싸서 모닥불 재 속에 던저넣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옥수수 구이가 되기도 하고. 다음에는 피망이랑 양파도 싸서 구워야지 하고 생각했다. 저녁이 되면서 급격히 기온이 낮아져서 캠프파이어 앞을 떠나면 완전 추웠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사둔 장작을 다 쓰지도 못하고 일찍 자러갔다.

추운터라 나랑 곰돌은 각자 침낭을 머리끝까지 둘러쓰고 일라이는 발치에서 잔뜩 웅크리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영 찌뿌둥 한 것이 역시 올해 처음 캠핑한거라 몸이 놀랬다. 아침을 해 먹을까 하다가 그냥 일찍 집에 가기로 하고 텐트를 철수해 차를 탔다. 돌아가는 길에 그 유명한 Deception Pass는 귀찮아서 그냥 차타고 지나가면서 10초동안만 구경하고…

이번 주말 말고 다음 주말은 첫번째 결혼기념일로 Orcas에 또 캠핑+B&B 여행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