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학교 시작하기 전에 좀 맺고 끊는 맛을 내자고 월화 휴가를 내고 오레곤 코스트를 돌았다. 금요일 밤부터 출발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토요일날 종일 Seattle Startup Day를 구경가기로 하고 이미 참가비도 !35불이나 내놓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토요일날 마치는 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오레곤에 놀러 가겠다는 맘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계획같은 것은 없었던 차에 와중에 주중에 갑자기 주말에 어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곰돌을 꼬시고 휴가 허락을 받은 거라서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곰돌과 함께 개를 차에 담아싣고 떠났다. 그나마 미리 계획해서 한 거는 금요일 저녁에 볶음밥을 잔뜩 만들어서 길에서 먹자고 도시락통에 담은 것 정도로구나. 여튼 9월 예산도 이미 초과했고 그래서 가난하게 로드트립 하자고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아이스박스에 싹쓸이 하고, 길가의 싼 모텔에서 자거나 캠프장에서 텐트치고 자자고 하고 출발.
토요일 5시쯤에 스타텁 데이 행사가 끝나서 곰돌이 데리러 온 차를 타고 출발했다. 올림피아까지는 인터스테이트 5번을 타고 단숨에 내려갔는데, 올림피아에서 서쪽으로 가서 태평양 해안가를 달리는 101번 국도를 탔더니 속도가 안났다. 어두워질때까지 달리다가 길거리 데어리퀸 주차장에 차 세우고 찬볶음밥을 나눠먹었다. 강아지도 밥주고. 오레곤으로 넘어가기 전 워싱턴주 서해안의 마지막 타운인 롱비치에 도착하니 밤 9시.
롱비치에는 2001년에 마소에서 인턴할 때 EJ언니랑 다른 언니들도 같이 간 기억이 있다. 4륜구동도 아닌데 차를 몰고 백사장을 달리려다가 차가 모래에 빠져서 구조 받은 기억도 있었다. 밤이 늦었으니 롱비치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 해변가를 봐야지 하고 모텔을 찾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이는 Super 8 사인. 앗싸 생애 처음으로 진짜 모텔에서 자 보는구나. 나도 이제 진짜 로드트립퍼 이러면서 오두방정을 떨고 있었는데, 토요일이라서인지 어찌된 일인지 HBO가 나오고 와이파이도 공짜인 Super 8은 그 날 방이 꽉 찬 거였다. 다른 깨끗해 보이는 모텔들은 다 만원이고, 모텔과 호텔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후줄그레한 inn은 막 130불을 불러서 아니 이 시골에서 저런 후줄한 인에 130불을 줄 수는 없지 하고 악이 나서 아예 롱비치를 떠나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인 오레곤의 첫도시 아스토리아로 옮겼다.
아스토리아로 들어가는 긴 연륙교를 지나서 바로 보이는 숙소는 레드 라이언 인이었는데, 이 집도 160불 어쩌구 하고 훨씬 더 초라한 담뱃재에 찌든 이웃의 모텔도 120불 어쩌구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진짜로 악이 나서 곰돌 트럭을 레드 라이언 인 앞 강변 주차장에 세우고 차에서 자버렸다. 나는 앞좌석을 편평하게 하고 앞좌석에서, 곰돌은 일라이랑 둘이서 뒷좌석에서 침낭을 각각 하나씩 덮고 잤다. 곰돌은 출발하기 며칠전에 대퇴근을 어떻게 잘못해서 다쳐서 트럭이 편하지 않아 밤새 뒤척이고, 나도 앞좌석의 안전벨트 플러그가 계속 옆구리를 찔러서 자다깨다 자다깨다 했다. 우리 둘 중 하나가 깰 때마다 일라이도 덩달이 깨서 자리를 바꾸고… 셋 다 불편하긴 했지만 조금조금씩 달게 자고 깼을땐 새벽 5시 30분.
라이언은 더 자기를 포기 하고 개를 데리고 잠시 강가로 산책을 다녀오더니,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성화였다. 새벽 6시에 문여는 오레곤 명물인 Pig N Pancake이라는 이름의 브렉퍼스트 집 앞에서 기다렸다 문열자마자 들어가서 먹었다. 그 집 특제 팬케익에 그 집이 자랑하는 마리온베리로 만든 시럽을 끼얹어 먹었더니 맛났다. 곰돌은 그레이비를 끼얹은 비스킷을 먹고. 강아지는 우리 밥먹는 동안 차 안에서 혼자 뒷좌석을 독차지 하고 자고…
이건 아직 어두운 Pig N Pancake 집 주차장에서 찍은 아스토리아 브릿지. 아침 밥 먹고는 어젯밤에 분기탱천하여 넘어오느라 달빛이 비춘 것 밖에 못 본 길다란 다리를 보러 다시 갔다. 이 다리는 북미에서 제일 긴 continuous truss bridge라는데 길이가 장장 6,545 m 나 된다.
도로 워싱턴 쪽으로 넘어가서 찍은 아스토리아 브릿지. 다리를 건너는 도중에 워싱턴에서 오레곤으로 주가 바뀐다.
곰돌도 사진 찍는 흉내 중.
아스토리아 브릿지를 아스트리아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각도로 감상까지 마친 후에는 101번 국도를 타고 더 오레곤 코스트의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아스토리아를 나서자마자 Fort Stevens State Park이라는 추천 공원이 나왔는데 거기의 India Beach에서 일라이가 발랄히 뛰노는 모습.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무도 없는 해변에 우리 셋만 뛰어서 특히나 더 좋았다. 모래 위에서 톡톡 튀고 있는 수백만 마리의 물벼룩(같은 것)만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포트 스티븐스를 나와서는, Seaside라는 동네를 거쳐, 또 추천 만땅인 Ecola Beach State Park를 보러 갔다. 점심은 햇볕 좋은 해변 벤치에서 싸온 볶음밥으로 또 먹고.
이렇게 기암절벽도 있고 넓은 백사장도 끝없이 펼쳐져 있고 파도도 왠만큼 치고 해서, 가족들은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고, 서퍼들은 좀 나가면 파도를 탈 수 있고 모두들에게 매력적인 해변이었다. 에꼴라에서는 낮잠도 자고 늘어지게 놀다가 오후엔 오레곤 코스트의 해변 마을 중 가장 인기가 좋다는 캐논 비치로 옮겼다.
캐논 비치로 가면서 곰돌이 자긴 엉덩이 아파서 차에서는 더 못자겠다고 고백해서 숙소를 여기저기 전화해서 찾았다. 결국 낙찰한 곳은 Surfsand라는 리조트. 미리 예약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서 전화로 알아봐서인지 139불을 불렀지만 전날 밤 턱도 없이 높게 부르던 inn들을 생각하며 오케이 했다.
편한 리조트 방에 체크인 하자 갑자기 만사 귀찮아져서 먹고 자고 티비 보고 쉬기만 했기 때문에 그 뒤로는 사진도 별로 없다.
캐논 비치 타운은 관광지라 북적대는 가운데 꽤 괜찮은 레스토랑도 몇개씩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서 먹은 맥앤치즈. 정말 맛났다니깐요.
레스토랑 앞에 매놨더니 화단에 들어가서 누워버리 일라이.
그 담날은 느지막히 일어나서 그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브런치집에 갔는데, 들어가면서 정원 벤치의 다리에 일라이를 묶어놨었다. 나는 진저브레드 와플을, 곰돌은 오믈렛을 먹고 맛있다며 나오는데, 벤치 다리에 묶어놨던 일라이놈은 어느새 벤치 위에 길게 누워서 “엄마 아빠는 뜨신밥 먹으러 나만 여기 두고 갔쪄요” 이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거였다. 불쌍한척쟁이.
그날 결국 곰돌의 대퇴근 다친 것이 심상치 않아서 계획보다 하루 일찍 월요일날 접고 포틀랜드를 거쳐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꽤나 릴랙싱 한 주말이었다. 화요일 하루는 집에서 스테이케이션 한 것도 좋았고.
사진은 돌아오는 길에 뒷좌석을 돌아봤더니 침낭 짐이 실린 것을 척 베고서 편안하게 누워계시는 우리 일라이님. 저 만족스런 표정이라니… 에잇 돼지코.

귀에 바람좀 들어가라고 까뒤집어 놓으면 이렇게 깐돌이가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