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벌써 2월 중순이다. 새해 들면서 해야지 하는 것도 꽤 많았는데 요새는 그냥 하루하루 아무 생각없이 쫓겨서 산다. 학교 갔다와서 10시에 집에 오면 씻고 지붕뚫고 하이킥 그날 분을 인터넷으로 보는 것이 낙이고, 어깨가 딱딱할 정도로 피로가 쌓여서 언와인드를 좀 길게 해줘야 할 때는 파스타도 보고 아결녀도 가끔 본다. 뭐 여전히 미룸병자라서 온갖 것들을 다 미루었다가 막판에 불꽃같은 생산성 기록을 경신한다. 잠을 잘 못자서 몸이 좀 무거워졌다. 이번주는 곰돌이 매해 가는 스키여행을 가서 일라이랑 둘만 있다. 동네 사는 친구가 저녁에 잠깐 들러서 일라이 산책 시켜주고 나는 밤에 돌아와서 종일 혼자 놀아 삐진 일라이에게 열심히 아부와 봉사를…

남편과 개는 1년 정도 예정으로 샌디에고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한동안 롱디를 해야할 예정. 비행기삯에 두집 살림으로 돈을 많이 부어넣게 생겼다. 그래도 한달에 한번정도 ‘어쩔수 없이’ 주말 여행을 가게 되는 거 철없이 신나긴 한다. 개가 이사나가고 나면 집을 카페트 딥클리닝 맡겨서 개털을 좀 털어낼 수 있는 것도 쫌 신난다.

벌써 다음 학기 스케쥴이 나왔는데, 다음 학기도 12학점. 이렇게 듣고 나면 올해 여름 학기나 가을 학기에 3학점만 들으면졸업할 수 있게 된다. 여름에 비지니스 스쿨이 클래스를 안 열어서 다른 학교를 가서 들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오피셜 졸업 스케쥴에서 반년에서 9개월 줄인 셈이다.

지난 주에 오마하에 워렌 버핏을 만나러 다녀왔다. 버핏 할아버지는 각 학교마다의 MBA 학생들 그룹을 매년 불러서 간담회 같은 걸 해주신다. 우리가 간 날에는 우리말고도 5개 학교가 더 와 있었고, 모두 해서 200명 정도의 학생들이랑 금요일 오전에 2시간이나 경제와 비지니스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80 빌리언 짜리 비지니스인 버크셔 헤써웨이는 사옥도 없이 오래된 16층 빌딩에 세들어 있고, 워렌 버핏 할아버지는 친근하고 담백한 사람이었다. 오마하의 스테이크들은 맛있었으나, 동부 눈폭풍의 영향으로 오마하에 하루 더 갖혀 있는 것은 not so cool.

일요일날 한국간다. 요새 같아선 정말 어디 가서 조용히 한 세달만 자고 나오고 싶다.